- 2008.07.16 22:11
소장님
출입구에서 소장실로 들어가는 길목이어서 그런지
소장님이 내 자리 근처에 오실 때가 하루에 몇 번 있다
보기처럼 화끈하고,
보기보담 자상하신 분이라고 하는 소장님이
내 자리에 '놀러'와서
내 하는 일을 보셨다
공정관리기법에 대한 보고서가 쓰여지는 모니터를 보시더니
"어, Tact기법이네. tact가 뭔지 알아?"
- '박자'라는 뜻인데, 오케스트라에서 박자를 맞추어 지휘를 하듯이, 공사도 공정관리를 통해 흐름에맞게 하자는 뜻입니다
"Tact, 그대로 착착 맞추어 공사를 하면 공기동안 인력이랑 자재랑 고르게 쭉 진행되지. 이 공사 했다가 저 공사 했다가 계획없이 하면 하늘로, 땅으로, 삐죽삐죽 엇박자로 나가게 되니 낭비가 심하지."
"Tact대로 착착 하면 좋은데, 실제로는 그러기가 힘들어. 특히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습식공사가 많아서 더 하기 힘들어."
- 우리나라는 다른나라와 다릅니까?
"온돌을 깔아야하잖아. 바닥에 물을 넣어서 뜨끈뜨끈하게 뎁혀야지 살만한 집이라 여기니까, 전부 물 쓰는 습식공사 아니야. 다른나라야 건식공사라 조립식처럼 착착 찍어서 나오지만, 습식은 전부 사람 손으로 공구리를 쳐서 만드니까 변수가 많아."
"문화에 따라 건축하는 게 다 다른거야. 문화를 무시 못하지."
문화를 무시 못하지.
아무리 더 빨리 싸게 건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해도
문화는 힘이 세구나.
돈버는 일도 사람 사는 일에 매인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새삼 실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