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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다른 사람


고등학교때, 같은 동네 살던 친구랑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학원에 갔다. 

친하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좋은 친구, 더 친해지고 싶었다.

나는 학원가는 길 내내 종알종알 이야기했다. 대화가 끊어지는 게 두려운 듯이. 

종알종알.

종알종알.

대답없는 친구에게 어느날 물었다. 

"내가 혹시 뭐 잘못했니? 왜 말이 없어?" 라고 하자 

"응, 아냐. 그냥 난 말 많이 하는 게 힘들어서." 

그때 처음 알았다. 누군가는 말을 하는 게, 듣는 게 힘들 수 있구나. 대화가 싫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나랑 다를 수 있다는 걸,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약 15년이 지난 어제, 그 느낌을 다시 받았다.

함께 새로운 일을 시작하자며 의기투합한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똑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단순한 사람이고 그는 섬세한 사람이었다. 

나는 'a'라고 가볍게 얘기했고 그는 'AA'라고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사실 둘 다 하고 싶은 건 A였다는 70%의 공통점이 있었지만, a 와 AA차이 30%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는 내 a를 깊이깊이 곱씹기 시작했고 예전의 일들을 꿰어 그만의 해석을 만들었는데

나는 그 해석이, 나의 단순했던 선의를 왜곡하는 것에 너무 아파했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실수하거나 선의로 했던 것까지 그 시나리오에 다 엮어 가지 말아줘.'라고 속으로 아우성치며 들었다.

섬세한 사람과 단순한 사람이 오해를 하면

섬세한 사람이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한 사람도 상처를 받는다. 


동업은 힘들다. - 고 느꼈다. 


그런데 의외로, 처음으로 그와 대화다운 대화를 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와 대화하는 법을 알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