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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미스테리

2010.05.14 금
    00:27

    누군가의 말처럼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의 원인까지도 계산해 내는 세상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일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 나라의 바다에서 배가 부서져 사람이 죽었는데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이고, 또 한 가지는, 4만여 마리의 소가 치사율이 1%도 안되는 전염병에 걸렸다고 치료약 하나 없이 생매장 당해야 하는 일.

     

    *

     

    며칠전, 강화도에서 농민 한 분이 키우던 소가 구제역에 걸려 생매장을 해야 하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구제역으로 비상인 청양에서는 일부 농민들이 살처분을 거부하여 당국이 달래기에 들어갔다. 법은 살처분을 거부하는 농민에게는 보상금을 깎도록 되어있다.

     

    실제로 치료약이 없고 전염력이 워낙 강한 구제역에는

    즉각적인 격리조치와 살처분이 최고의 방책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은 '신속한' 격리 및 살처분으로

    구제역 처리의 모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




     

    살처분을 거부한 게 꼭 보상금 때문일까.

     

    "자식같이 기르던 것들을 생매장 하려고 하니, 나도 같이 죽고싶다"던 농민의 말은 작년 '워낭소리'를 보고 느꼈던 감동과 섞여서인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구제역은 "동물이나 사람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는 바이러스"라고 한다. 단지 전염성이 워낙 강하다고 하니, 이건 마치 '신종플루'와 비슷한 셈이다.

      

    앓고 말면 될 병인데 이렇게 생매장 까지 시키는 것은 왜일까.

     

    구제역을 앓으면 고기와 우유생산량이 감소한다.

    상품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구제역 청정국'이라는 지위도 잃게 된다.

     

    소를 '상품'으로만 생각한다면, 최대한 전염되지 않도록 해야 겠지.

    그런데 잠시, '생명'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앓고 지나갈 병에 생매장까지 한다면,

    탯줄을 끊어주고 이제껏 보살펴 왔던 소가 산 채로 구덩이에 던져지는 모습을 보는 농민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

     

    "똑똑한 사람들은 다 뭐하는가. 치료약 하나 못만들고"라던 기사가 가슴을 친다. 아무리 '스마트'한 세상이라지만, 더욱 멍청해 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