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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을 잘 보내는 탁월한 선택, 용인 <한택식물원>

지구별우군 2012. 9. 19. 00:23

지구별우군 2011.06.16 00:32


내가 좋아하는 여행 작가 중에 김연미씨가 있다.

그녀가 쓴 <그녀의 첫 번째 걷기여행>은 반년 동안 책꽃이에만 꽂혀있었다.

답답할 때 꺼내 보며 '언젠간 이곳도, 여기도 꼭 가야지..'하고 위안만 삼았는데

이제는 바야흐로.. 때가 됐다. 책에서 소개한 곳 중에서 가까운 데 부터 하나씩 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늘부터 실행.!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한택식물원>. 용인에 있다.

가깝겠거니 해서 길찾기 프로그램을 돌려보니 대중교통 이용 세시간이란다. (영등포구 출발)

남부터미널에서 백암행 버스를 타고, 시내버스를 타면 된단다. 운이 좋아서인지, 두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

 

남부터미널에서 백암까지는 한시간 미만 소요. 4,200원. 20분 정도에 한대씩 있으니 가서 표끊고 바로 타면 된다.

백암터미널에서 10-4 시내버스를 타고 식물원 앞에 내리는데, 서울교통카드로 1,000원. 30분 정도 걸린다. 문제는 이 버스가 하루에 12대 밖에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 즉 한 시간에 한 대 정도 있으니 차 시간을 잘 맞춰 타지 않으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나는 식물원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인쇄해서 가져갔다.

(식물원 홈페이지 http://www.hantaek.com/)





백암터미널에서 내려서 10-4번을 타려면, 길을 건너 휴대폰가게 앞에서 타야한다. 정류장 표시가 따로 없는데, 놓여있는 의자에 아주머니들께서 사이좋게 조르르 앉아계시는 걸 보면 '아, 여기가 승강장이구나' 감이 잡힌다.

 

 

백암. 백암. 백암... ?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하다.

아, 백암순대!

그러고 보니 길가에 순대집이 있다. 오오라. 여기가 순대의 고장이었구나. 가는 길에 꼭 맛보리라.

 

시골길을 구불구불 달리는 버스에서는

읍내 나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아주머니들 이야기로 시끌시끌하다. 창밖에 막 모낸 무논에서 모가 쑥쑥 자라고 있다. 전형적인 농촌이다.

시골 마을 버스를 타면 타고 내리기 편한 자리는 비워두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걸, 몇년 전 남도여행에서부터 체득한 터다.

서울에서 단지 한 시간 남짓 달렸을 뿐인데도 금방 시골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식물원에 도착하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값을 한다. 평일엔 천원 저렴하기까지 하다.(평일 7,000원/ 주말 8,000원)

평일이라서 이 넓은 식물원에 유치원 손님 한 무리와 몇몇 아주머니 무리 밖에 없었다. 




꽃이나 식물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 식물이 좋아 학과를 조경학과로 옮길까 고민까지 하던 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와 같이 제주도 올레길을 걸을 때, 길가에 핀 꽃 하나하나에 어찌나 감동을 하며 걸음을 떼지 못하던지. 그 친구가 생각나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네가 여기에 왔다면 삼일동안 집에 가지 않으려고 할거야."




다래꽃 계절인가보다. 색깔과 모양이 다른 다래꽃이 참 많이도 폈다.

다래꽃에 꽂혔다 ㅎㅎ



그런 나도 여기에 오니 꽃과 식물에 대한 애정,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20만평 대지에 9천종 식물이 모두 이름표를 달고, 36가지 주제별 정원에 잘 정돈되어 있으니.

더군다나 계절의 여왕이 막 지나간, 계절의 청년기! 아닌가. 꽃과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쑥쑥.


식물원 안 찻집


다 돌아보는 데 2시간이 걸린단다.

천천히 걸었다. 전망대가 있는 비봉산길도 걸어주고, 갔던 길도 예뻐서 다시 가 보고. 사진도 이리저리 찍어보고. 예쁜 찻집에서 허브차도 한 잔 마시니 네시간이 금방 갔다.


참, 식물원에는 주의사항이 있다. 국물있는 도시락이나 음식물 반입이 안되고, 카메라 삼각대도 안된다고 하니

홈페이지를 미리 보고 참고 하는게 좋겠다.





수생식물원에서는. 걸을 때 마다 발밑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면서, 무언가가 후닥닥 지나간다. 무수히.

뭔가 싶어서 자세히 보니 개구리다.




호주식물원에 있는 바오밥 나무. 


바오밥나무는 서호주 킴벌리지방에서 많이 자란다.

바오밥나무는 북아프리카 지방에서도 많이 자라서, 어떤 학자들은 호주와 아프리카가 예전엔 같은 땅덩어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설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의 행성을 다 잡아먹을만큼 무시무시하게 컸던 바오밥나무.

호주 킴벌리에 있는 바오밥들은, 사실 더 물이 없어서 하얀데..





돌아갈 때에도 아까 버스를 내렸던 곳에서 기다리면 된다.



백암에 도착해서 순대집을 찾았다. 이럴 땐 "어디가 맛있어요?" 지나가는 분 붙잡고 여쭤보는 게 최고지만,

시간도 없고 터미널 앞에 바로 'SBS MBC에 방영된 집'이라며 꽤 원조 분위기를 풍기는 집이 있어서 그냥 들어갔다. 요즘 맛집프로그램이 믿음직스럽지는 않아서. 다음에는 꼭 지역분께 물어보고 가야지.

비싸다. 순대 한 접시는 13,000원부터다. 순대국은 7,000원.

야채순대라 그런지 깔끔하다. 국물에서는 뼈가 가끔 씹히는데, 그걸 보니 정말 돼지 뼈를 고아서 만들었다는 게 증명됐으니 만족이다.

 

 

식물원을 소개한 책에는 '약속이 취소된 날 이 곳을 들르라'고 되어있는데

정말, 취소된 약속때문에 입은 마음상함도 날아갈 듯 하다.

 

계절별로 다른 꽃이 피고 모습을 달리 할테니,

계절이 지날 때 오면 또 전혀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한다. 다음에는 엄마를 모시고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