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우리의 철학은 '가난한 삶', 우리자리 공부방

지구별우군 2012. 9. 19. 00:33

지구별우군 2012.01.08 18:06


어제, 그러니까 1월7일 토요일에 난곡(신림동)에 있는 <우리자리 공부방> '1일밥차'에 다녀왔습니다. 

밥도 팔고, 차도 팔고. 아이들이 연주하는 음악회도 하고. 학생이었던 아이가 이제는 선생님으로 컴백해서 활동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우리자리 공부방 입구. 어제 깜박하고 사진을 안찍었지 뭡니까.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감사:D



홍보물에 적힌 공부방 교육 철학. 

생명 : 우주적 관계망 속에 있는 모든 존재와 생명을 소중하고 귀하게 대한다.

가난 : 덜 갖고자 하며, 남과 경쟁하지 않는 삶을 통해 자연스러움, 평화로움을 지향한다.

공동체 : 생명과 가난의 가치를 삶으로 실천하며 서로의 다름과 역할을 존중한다. 


가난. 가난. 가난! 

가난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다니요!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부자되세요' 세상 아닌가요. 집에서, 학교에선 온통 부자되라고, 남보다 점수 잘 받으라고, 좋은 대학가서 출세하라고 하는 시대고, 개인이나 가정, 나라도 온통 부자되는 게 꿈인데. 아담스미스 같은 근대 철학자는 '개인의 경제적 이기심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간다'고 말했죠,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부자되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당연히 믿고 있습니다.


한편 부자가 인간의 본성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난이 트렌드였던 적도 있다는 건데요. TED 강의를 듣다 보니, 어느 광고제작자가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18세기에 미국으로 돌아간다면 지금 대기업들이 망하고 말거다" 라고요.  청교도적 검소함이 미덕인 때에는 화려하고 많이 가진 것이 부끄럽게 여겨졌다더군요. 그 때 존경받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었어요.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부유함이 미덕인 사회로 급변한 걸까요? 산업사회 초기에는 청교도적 가치와 물질주의가 부딪히는 지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건 공부해서 담에 올려야겠습니다.)


요즘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부자가 되려는 욕구가 크다고 하죠. 투표 성향에서도 (지난 지방선거에선 바뀌었지만) 전통적으로 강북이나 지방에서 보수당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가난이 원해서 되는 게 아닌만큼, 특히 없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람들에게 착취당하는 면도 있는만큼 가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환경문제, 불평등 문제, 경쟁.. 요즘 사회 문제의 대안으로 '덜 만들고 덜 소비하기'가 제안되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고 살아보기, '물건을 사지 않고 살아보기' 같은 운동도 있는데요. 가난이 좋은 것, 트렌드가 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방식을 자발적으로 바꾸지 않을까 하고 제안도 있더군요. 어렵죠. 그런데 저는, 어느 시점에서 지구가 더 이상의 생산과 소비를 견디지 못하는 날이 오면, 그렇게 바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지금 시대에 가난을 교육철학으로 삼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교실에서 급훈을 '가난'이라고 했다가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칠 겁니다. 그런데 가난의 미덕이 가장 필요한 곳이 교실인 것 같아요. 요즘 문제가 되는 학교폭력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서 '경쟁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아요? 남보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노스페이스와 스마트폰을 갖지 못해 박탈감을 느끼고, 그렇게 항상 부족함에 채찍질 당하며 학창시절을 보내야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천천히 해도 돼' '게을러도 돼' '나누는 게 나아' 라는 가난의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이라면 이런 폭력도, 입시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나 가정 불화도 훨씬 적을 겁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힘들지만. 


그래서 <우리자리 공부방>이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잘 사는 마을이 아닙니다, 난곡은. 그 곳에 온 아이들이 먼저 가난의 가치를 배운다는 건.... 음. 부디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가까운 미래엔 '가난'이 트렌드가 되는 세상이 돼서, 이 친구들이 트렌드를 이끄는 친구들이 되지 않을까요? ㅎㅎㅎ 라는 훈훈한 생각을 했습니다. ;; 아, 너무 앞선 생각인가요? ;;  




우리자리 공부방 : club.cyworld.com/ours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