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01 월
정말 어렵게 만났다.
을지로역부터 극장까지 명동 골목 사람들을 헤집고 미친듯이 뛰어가기를 세번, 두번을 퇴짜맞고서야 드디어 보게 되었다.
무엇을 보았을까?
내가 너무 모르는, 태생적이고 생득적인 나의 편향된 역사관에 대해서?
북한 체제와 김일성 사상에 대한 맹목적 충성에 대한 비판?
나는, 그런 것 보담은
바다 건너에서 '환상 속의 조국'에 대한 믿음과 헌신, 그것을 종교처럼 삼았기에 너무나 아름답게 살아온 이들이 아니었겠는가-하는 생각이 많이 많이 들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알기에 딸에게 '아들, 손주는 위대한 조국의 혁명가가 되길' 바라면서도 딸은 예외로 남겨 두었지 않았겠는가.
"아부지, 아부지랑 나랑 생각이 조금은 달라두요.."
"뭐이가 달라?"
"아부지랑 나랑 가치관이 조금 달라두요,
난 우리 아부지 어머니 딸로 태어나서 행복해요."
카메라 뒤에서 흘러나오는 카메라를 잡은 이의 음성은 떨리고
화면 가에서 삐죽이 튀어나온 그녀의 손을 아버지가 눈을 뜨지도 못한 채 꼭 잡았다.
; 이 '사실의 힘'은 최루탄의 위력을 충분히 갖고 있음을 다시한번 절감했다.
다큐멘터리란; '실제하기에 가장 아름답다' 고,
'비상'을 보고 사실의 힘에 놀랐던 것과 함께.
다큐멘터리 라는 건
'현실'이라는 좌표평면 위에 떠 다니는 '사실'들을
얽어내 결국 무엇인가를 강하게 말해내는 작품이 된다는 것이 경이롭고 멋지다고 느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영화를 보면
도대체 누가, 어떻게 찍었을까가 너무 궁금해 진다.
"
조선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하다가 그만 두고 연극을 했다. 서서히 논픽션에 끌리기 시작하고 있을 때, 북한에 있는 조카들의 모습을 찍어주기 위해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었고 이후 실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뉴욕의 뉴스쿨 대학 미디어 연구학과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다큐멘터리를 공부하였다. .."
양영희감독 작품. 그녀와 그녀의 가족을 담은 다큐멘터리. <우리학교>가 나오기 이전일 거다. 재일 조선인에 대해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아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를 선택해야 하는 우리의 아픔'도 느꼈다. <송환>보다 더.
<디어평양> 후속작 <굿바이,평양>도 봤다. 전작이 나았다.
무엇보다 수십년간 일상을 꼼꼼히 찍어온 감독의 노력과 집념에 감탄했다. 자신의 일상이 비범함을 알아채는 눈이야말로 다큐 감독에게 가장 귀한 재능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