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5 - 26
명랑.시.대란? - 명랑한 청년들이 시골에서 대안을 찾다
귀농귀촌을 한, 귀농귀촌을 할,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2030 젊은이들의 모임입니다.
명랑시대 카페 : http://cafe.daum.net/sigolo
귀농귀촌 정보도 얻고, 힘도 얻고, 재미있게 놀자는 '시골이 왔다' 페스티벌이
이곳 남원에서 가까운 장수에서 열린다기에 다녀왔습니다.
행사가 열린 논실마을학교
폐교를 개조해서 대안학교인 '학교너머' 수업을 하고, 인문강좌나 모임공간으로 대여하기도 하고, 또 여행자들 재워주기도 한답니다.
오래된 우체통이 예쁘다!
"청년들이 시골에서 살 수 있나?" 젊은 귀농선배들의 귀촌기를 듣고 질의응답 하는 시간(카페에서 퍼왔어요!)
요런 프로그램으로 진행
강당 뒷면에는 각종 제안들이 붙어있다
70여명이 모였습니다. 이미 귀농한 사람도 있고, 귀농을 하고 싶은 도시인들도 많았습니다.
처음에 '40세 미만 귀농귀촌 사람들이 모인대요' 란 말을 듣고는 '우왓 재밌겠다' 생각이 들었지만,
귀농귀촌을 할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관심만 갖고 있는데 가서 낙동강 오리알 되지 않을까 주저했지만, 참가신청서를 보니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많아서 바로 신청했습니다. 카페에는 참가하고 싶지만 일정상 못가서 안타깝다는 글도 쇄도. 시골서 살고 싶어하는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도착하니 4시 무렵이었습니다. 귀농귀촌 9년차, 7년차, 3년차 등 선배들이 앞에 나와
'청년들이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란 주제로 포럼을 하고 있더군요. 어렵다는 말을 많이들 하셔서 다소 의기소침 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너무 환상을 가지고 와선 힘드니 단디 맘을 먹고 오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나는 우리 감꽃홍시 쥔장언니와 구례에서 6년째 살고있는 해맑은토끼 언니가 말한 대로
"그냥 시골에 이사와서 산다고 가볍게 생각해요!" 라는 말에 백배 동의하지만.
이튿날 마을 일손돕기에 나섰다. 영농조합 벽화그리기. 나는 꾸당탕 감자 색칠을 했다! 뿌듯뿌듯.
"시골서 꼭 농사만 지어야 하는 게 아닙니다~"
'간디학교' 강사, 이곳 '학교너머'라는 대안학교 교사도 있고, 도시 아이들이 산골마을에 와서 학교다니고 홈스테이도 하는 '산촌유학' 을 운영한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해남에서 주5일을 표방하는 농사짓는 사회적기업 '해남 좋은농부'도 있습니다. 대표분은 귀농할 생각으로 내려간 게 아니라 아내의 프로젝트 때문에 해남에서 지내게 됐는데, 농촌의 삶이 몸에 착착 맞아서 정착했다고 합니다. 본인 혼자 농사 잘 지어서 먹고살아도 될만한 능력자로 보이는데도, 귀농하고픈 젊은 사람들을 고용해 월급을 주고 농촌살이에 연착륙 할 수 있게 기회를 만들고 계시더라구요.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시는 두 분도 너무 씩씩하고 좋아보였구요.
해남 좋은농부 : http://blog.daum.net/salimists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는 단돈 50만원을 들고 무작정 제주도로 내려간 '귀촌 실패기'.
주인공 A군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바로 안되자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집에 갔더니 다섯 식구 사는 집에 자기 방이 없었대요. A씨는 집은 자기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 떠나기로 했답니다. 여행을 가봤던 세 군데 강원도, 전라남도, 제주도 중에 가장 좋았던 제주도를 선택. 통장 잔고를 박박 긁어 50만원을 들고 제주도로 날아갔답니다.
아무 연고도, 준비도 없던 A군은 모텔에서 장기숙박을 했습니다. 일을 구하려고 매일 교차로와 지역신문을 뒤졌답니다. 학원 강사와 과외자리를 알아봤지만, 사는 곳을 '00모텔'이라고 순진하게 대답한 탓에 아무 데서도 연락이 없었답니다. 가까스로 학교 방과후 강사 일을 구해서 모텔을 벗어나 월셋방을 구했답니다. 2년동안 일곱번 이사를 다녔다는 주인공. 통장 잔고에 7만원이 남았을 때 아득함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방과후 교사로 일하면서 적당히 벌고, 적당히 쉬는 생활이 너무나도 좋았답니다. 하지만 계약은 끝나가고, 더이상 제주도에서 일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나머지 1년동안 전공인 전기공학쪽 회사에 시험을 봤답니다. 시험을 보고 제주도 지사에 발령받아서 살려는 꿈이었대요. 다행히 합격했고 제주도 발령을 신청했지만 반려돼서 지금은 보령에 있답니다. 제주도 지사 근무를 신청해 하루 빨리 내려가고 싶다네요.
귀촌이라기 보다 젊은 날의 방랑기에 가까웠지만, 무모함과 패기가 인상깊었습니다. 부모님께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립하는 모습도 드물잖아요. 재미있기도 하고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또, 귀농귀촌이 별건가요? 살고 싶은 지방에 가서 어떤 일이든 하면 귀농귀촌이니까요.
밤에 잔디밭에 둘러 앉아 재주를 뽐내는 경연대회를 했습니다. 우쿠렐레, 기타연주, 노래, 시낭송 등. 빼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자신있게 보여주는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역시 뭐든 주저하지 않고 해보는 귀농귀촌 젊은이들.
유기농 가수 '사이'씨 공연도 인상깊었습니다. 노랫말이 너무너무 좋아서. 듣고 또 듣고!
가사가 바로 이 모임의 내용을 그대로 말해주네요.
아방가르드개론 제1장
사람들은 도대체 내 말을 믿지 않아
돈 없어도 시골에서 팔자가 늘어진 걸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고 전기세 천 육백 원
텔레비전 핸드폰 세탁기 냉장고 없어도 좋아
농사로 돈을 벌려고 하면 머리가 아파
그냥 줄이고, 덜 쓰고, 가난해도 괜찮은 걸
아이가 태어나도 학교따윈 안 보낼 거야
뭐 나랑 같이 밭일 하고, 밴드하고, 산책하고
책이나 읽겠지 우우우
사람들은 내 말을 도무지 믿지 않아
학교가 아이들을 바보로 만든다는 걸
21세기는 과(過)소비 과인구 과속도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들이 비웃는다
우주와 깨달음을 찾아 해매는 이여
자유와 고독을 노래하는 방랑자여
그대는 석유 없이 하루라도 살 수 있나?
그대는 진정 쓸모 있는 남편인지
집에 가서 물어봐 우우우
드러누워 듣고 싶어 당근 노래
(반복)
새우깡 라깡 데리다 주고 어머니 앞에서 고백해 봐요
당근 밭에서 춤추고 있는 노을은 노을보다 아름다워라
게으르다고 욕하신대도
어디까지나 즐거운 마음입니다
게으르다고 욕하신대도
마루에 누워 룰루랄라 죄송합니다
가난해도 괜찮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얘기를 해도 믿질 않으니 이것 참 환장할 노릇
(반복)
새우깡 라깡 데리다 주고 어머니 앞에서 고백해 봐요
당근 밭에서 춤추고 있는 노을은 혼자보기 안타까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