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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주기가 아깝다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남 주기가 아깝다.' 

딱 그 상황이다. 


알라딘에 중고셀러로 등록해서 안 읽는 책을 내 놓았는데, 야금야금 팔리고 있어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책을 팔까, 고를 때에는 분명히 안 읽을 것 같은 책이라서 내 놓는데,

심지어 소설이나 에세이는 싸게 내 놓는데


막상 배송 보내려 포장을 하려고 책을 꺼내놓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읽어보려고 펼치니 (물론 다 읽지도 않은 책이다) 

갑자기 재밌다!


오늘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보내야 한다. 


이 책은, 한동안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할 때, 

글이 너무너무 안 써져서 힘겨워할 때, 사보았던 책이다.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쉽게쉽게 쓴 에세이다. 

이걸 보고 '글은 이렇게 쉽게 써도 되는군. 가볍게 써도 되는 것이군. 그래도 잘 팔리는군.' 이란 자신감을 얻으려 했던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앙앙>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을 모은 거란다. 

굴 튀김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하루키가 굴튀김을 참 좋아하는군 이라고 생각했고', "굴 전이 아니고 굴 튀김?" 이라고 의아해 하면서

중국집에 갔더니 굴튀김이 있어, 메뉴판에서 굴튀김을 볼 때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르곤 했다. ㅋ 그는 이걸 모르겠지. 


어쨌든 팔렸으니 보내야 한다.

그러니 사진을 찍어보기로 한다. 

어딜 찍어볼까 뒤적뒤적 하다가, 요 페이지를 찍어보았다. 




제목은 '오키프의 파인애플'이다. 


미국에 유명한 화가 오키프라는 사람이 있는데, 'Dole'사가 그를 하와이로 초청해서 실컷 놀게 해 주었다고 한다. 조건은 광고에 쓸 파인애플 그림을 그려주는 건데,

어찌 된 일인지 다른 그림은 실컷 그렸으면서 파인애플만은 죽어도 그리지 않았다는 거다. 그래서 회사는 나중에 오키프의 집에 파인애플을 보내주면서 그려달라고 했는데, 결국 파인애플 꼭다리만 달랑 그려 보내서 광고에는 써먹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 


궁금해서 검색해 보았다.

조지아 오키프 Georgia O'Keeffe


그 파인애플 그림은 이것인가보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File:O'keeffe_-_'Pineapple_Bud',_1939,_.JPG



그녀의 작품을 소개한 페이지: http://www.georgiaokeeffe.net


어쨌든, 떠나보낸다. 이 책을


글 쓰는 게 너무 힘겨워지면 이 책을 다시 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