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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가까이

천덕꾸러기가 아니었네 돼지감자 _ 2017.3.9

밭 모양을 만들려 했다. 감자를 다다음주 쯤에 심으려고 하니까, 퇴비는 2주 쯤 전에 넣어 발효시켜주어야지. 그러니까 오늘 미션은 감자밭 모양을 만들고 퇴비를 넣는 거였다. 덤으로 냉이가 있으면 좀 캐오려고 했다. 

냉이부터 말하면, 마트랑 생협에는 벌써 냉이가 잔뜩 나와있지만 아직 우리 밭에는 추워서 그런지 냉이가 잘 안보인다. 호미질 하다가 한 두개 봤는데, 아직 지름이 엄지손가락 만하다. 

또한 경칩이 지났는데도 아직 땅이 다 녹지 않았다. 일부 부드러운 데도 있지만, 얼음이 꽝꽝 얼어서 삽도 호미도 안 들어가는 부분이 1/3정도 된다. 지난 주에 완주 갔을 때는 벌써 땅 갈고 퇴비 넣고 계시던데. 확실히 이곳(경기도 고양시)은 북쪽이다.

우보농장의 위도는 37도42분. (내가 자주가는 완주군 고산면은 35도97분. 확실히 다르다!)

37°42'24.5"N 126°54'23.3"E  (출처: 구글지도)


시중에 나온 텃밭달력이나 책들이 지역에 따라 조금씩 안 맞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여튼 오늘은 밭 모양을 만들어야 하니, 우선 작년에 매어두었던 토마토 끈과 지주들을 정리하고, 밭 구석에 쓰러져있는 돼지감자를 캐야지 했다. 

돼지감자는 일부러 심은 게 아니고, 재작년에 이곳에 돼지감자가 심어져 있었기 때문에 심지 않았지만 삐죽삐죽 올라온 것이다. 
하도 많이 올라와서 내가 심은 작물에 해가 될까봐 거의 '잡초'라고 여기고 보이는 대로 뽑았더랬다. 
거의 뽑고도 많이 자란 몇 개(네다섯 그루?)정도만 남겨두었는데, 
여름을 지나고 보니 해바라기 높이보다 더 크게 맹렬히 자랐다. 
어쨌든 겨울을 지나고 지금은 큰 줄기가 휘청하고 휘어져 있다. 그 밑으로 돼지감자 알이 몇 개 보이길래 지난 번에 두어개 캐 보았는데, 그땐 땅이 깡깡 얼여서 더 캘 수 없어서 내버려 두었다. 


이렇게 땅 속에 생강같이 알알이 박혀있는데... 



엄훠낫 진짜 많다. 달랑 두 세 그루 밑에서 캔 게 이 정도라니! 


돼지감자를 캐면서 느낀 게 있다. 의도해서 심은 작물이 아니지만, 그래서 애지중지 하지 않고 잡초처럼 여겼던 천덕꾸러기가

제일 수확이 좋다 -_-. 역시 나같이 초보 농땡이 농사꾼이, 작물을 키우는 노하우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이 땅이 좋아서 살아남고 기어이 자라난 녀석들은 잘 돌보아 주지 않아도 쑥쑥 큰다. 

자연의 섭리 같은 걸 느꼈다. 

그래, 어차피 농사 잘 짓는 것도 아닌데, 가급적이면 땅을 다 갈아엎지 말고, 여기서 자라온 것들은 존중하면서 가꾸자.

씨알같이 작은 것들은 근처에다가 다시 심었다. 푸른수목원에서 배운 바로는, 종자는 수확 한 다음 바로 파종하는 것이 정석이라 했다. 어디 저장해 두지 말고 바로 하는 것이. 기후가 된다면. 이번에도 채 다 캐내지 못했던 돼지감자 씨알이 내년에 올라오겠지. 그건 둬야겠다. 그리고 새로 심은 건 두둑 근처에다 심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돼지감자는 양분을 꽤 많이 쓰므로 같은 자리에 연작하기보다는 새로운 자리에 심는 게 낫다고 한다.



돼지감자를 캐고 나니까 허리도 아프고 힘도 부쳤다. 그래서 이 밭을 다 갈지는 못하겠고.. 아직 얼어있는 데도 있으니까, 감자 심을 데만 갈아줘야겠다. 두 이랑 정도 (저 위에 볏집으로 덮은 노란 곳)에 거름을 섞고 삽으로 열심히 뒤집어 주었다. 그리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듯이, 땅은 절대로 그냥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양분도 쓸려가고 날아가지 않으며 땅 속 생물이 서로 잘 어울려 부숙되도록. 볏집으로 덮어줬다. 

다음 주에 와서 남은 땅을 갈고 퇴비를 넣어줘야 겠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 마르쉐에 가서 토종 종자들을 겟 해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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