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11 @삼선재단 '자급경제를 꿈꾸는 사람들 이야기'에서 나눈 얘기
서울에서 퍼머컬쳐하자 - 우군
안녕하세요. 저는 우군이라고 해요. 서울 은평구에 살고요, 저는 저 스스로를 ‘반 연구자, 반 농부’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고 싶어서예요.
‘반 연구자, 반 농부’로서 살아야지 라는 생각은 ‘반농반X’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예요.
반농반엑스: 반은 자급적인 농업에 종사하고 나머지 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는 삶. 일본의 시오미 나오키 씨. 쌀과 채소 등 주요 농작물을 길러 안전한 식재료를 확보하는 한편, 자신의 개성을 살린 자영업에 종사함으로써 일정한 생활비를 벌어들이는 균형 잡힌 삶. 돈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다시금 사람답게 살려는 삶의 방식.
3년 전, 반농반엑스란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저는 돈과 시간에 쫓기며 사람답지 않게 살고 있었어요. 비영리 단체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지냈는데. 일에 너무 몰두해서 몸이 축나버린 거예요. 놀라운 건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 않았는데, 일이 재미있고 중요한 일이라 생각해서 자기 착취를 한 거죠. 그리고 단체의 사람들은 전부 그렇게 오버워킹 하며 자기착취를 하고 있었고, 그걸 좋은 거라고 인식하고 있었어요. 아프면서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전에 영리 기업에서 일을 했는데, 그 때도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오버워킹 하고 있었어요. 영리든 비영리든, 돈을 많이 주든 적게 주든, 한국사회에서 일터는 사람들의 삶을 백퍼센트 일터가 가져가기를 원하고 있다. 일이 전부인 삶. 일과 삶의 발란스가 전혀 맞지 않는 삶.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그런 삶에서 벗어난 삶을 살 순 없을까? 라는 생각에, 나부터 살 방법을 모색하다가, 반농반엑스는 그 지향에 딱 맞는 개념이라 마음에 쏙 박혔죠. 저에게 엑스란 연구하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일단 조직을 나와서 스스로 일상을 컨트롤 해보자고 마음먹어서, 작년 이맘 때 나왔죠.
반농은 어떻게 할까. 도시에 사는데.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유기농을 하는 유명한 농장이 있어요. 우보라는 분이 오년 동안 터를 닦으신 곳이래요. 거기에 세(?)를 내고 열 여덟 평 정도를 얻었어요. 그 전 해에는 다섯평 주말농장을 분양받았는데, 일하면서 한달에 한번 쯤 밖에 못 가니까 완전 황폐화 됐거든요. 어쨌든 농사 경험도 없는 제게 열여덟평은 너무 큰 땅이라 자신이 없고, 외로울 것도 같아서 같이 할 동지를 구했어요. 뭣보담 저같이 일과 삶의 밸런스를 ‘반농’으로 찾아보고 싶은 도시 젊은이들이 있을거라 생각했고 그걸 같이 구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페북에 이렇게 글을 올렸고 어찌하여 다섯명이 모였어요.
제 계획은 채소값을 적어도, 내 식비의 40%까지는 줄여보자였어요. 그리고 남는 게 있으면 가공해다가 장터에도 좀 팔고요.
결과는, 일단 농작물은 그다지 잘 되지 않았어요. 뭐 딱히 수요를 계획하고 심은 게 아니고요. 갖고 있던 씨앗을 막 갖다 심었어요. 때가 아니라도 심었고요. 그래도 농장 지킴이 우보님이 때에 맞춰서 모종을 나눠주시거나, 이런 거 할 때라고 알려주셔서 좀 건졌지요. 뭐 심을 때라고 하면, 저는 거의 한 두주 밀려서 후에 지었으니 잘 여문 것도 별로 없어요. 뭐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들나물 뜯어다가 효소도 담고, 김밥 만들어서 연남동 마을장터에도 한 번 나가봤네요.
뭣보담, 여섯명이 자주 농장에 가지 못했어요. 이중 네 분이 풀타임으로 일하는 분들이었는데, 6월까지만 한달에 한 번 정도 나오시고, 여름 이후에는 아예 오질 못하셨어요. 이분들도 다 비영리에서 일하시는데 사업이 많아지면서 올 시간이 없어진 거지요. 집도 가깝지가 않았고요. 그리고, 제가 이 곳에 투영한 가치인 ‘도시에서 반농을 구현하는 곳’이라는 가치를 공유하지 못했던 게 아쉬워요. 전 취미삼아 주말농장 하는 게 아니었거든요. 결국 ‘도시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하는 노동자에겐, 근교 텃밭이란 것도 시간을 쥐어 짜서야 올 수 있는 그런 버거운 여가일 수 밖에 없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 때, 이 책에 있던 이 도표를 보게 되었어요. 이것은 퍼머컬쳐에서 자원을 얻고 배출하는 구역을, 자신이 접근할 빈도에 따라 ’존zone’과 ‘섹터’로 구분하는 디자인 법인데, 도시에서도 그것을 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거예요. ‘가이아의 정원’이라는 퍼머컬쳐 디자인 방법을 소개한 책인데요. 퍼머컬쳐를 적용한 가드닝 실제에 정말 참고가 되는 책이예요.(가이아의 정원 책 소개) 여튼 저는 이걸 보고 ‘그래, 도시에서 반농을 하는 법, 일터에 저당잡힌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법이 있을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러다 갑자기 스웨덴으로. ㅋㅋ 제가 일을 그만두면 지구상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에 다녀오자고 마음을 먹었었거든요. 그래서 구글에 ‘퍼머컬쳐를 가르쳐 주는 곳’을 검색하다가, 스웨덴에서 여름에 코스가 열리는 것을 보고 신청해서 갔어요. ‘퍼머컬쳐 디자인 코스’란, 퍼머컬쳐를 언급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기본적인 수업이라고 보시면 돼요. 퍼머컬쳐의 초기 개발자 들이 나름 정리하여, 이것은 꼭 교육내용에 들어가야 한다고 한 내용들을 포함해서, 72시간 동안 배우는 거고요. 그것은 전 세계 어디서든 공통으로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하는 곳들이 있어요. 가까이 저희 은평에도 있었고요.(전환마을 은평 페이스북) 영암 선애빌이나 두물머리에서도 하고요.(선애빌 링크) 지금은 없지만 몇년 전에는 완주에 퍼머컬쳐 학교가 있었지요. 여튼 저는 제일 멀고 낯선 데를 가고 싶어서 스웨덴에서 하는 코스를 신청했어요. 이걸 운영하는 단체는 ‘Circle Permaculture’라는 곳인데 주로 유럽의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등을 중심으로, 유럽에 있는 퍼머컬쳐 농장을 발굴해서 그곳과 잘 이야기가 되면 그 곳에서 코스를 열어요. (홈페이지 링크)
여기 두 분은 이 스웨덴 농장인 ‘Ekbacka 빌리지’의 주인 내외고요, 이 두분은 써클 퍼머컬쳐의 창립자이자 선생님님이예요. 그리고 나머지는 같이 공부한 친구들이고요. 대부분 유럽에서 왔어요. 저 빼고 다네요.
이 분들 이야기도 재미있는게 많지만, 지난 번에 오신 분들의 절반 정도는 이미 들으셨기도 하고, 오늘 할 다른 얘기가 많아서 생략할게요.
생활하는 모습이예요. 저는 한국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굳이 스웨덴 까지 간 이유가, 한국이랑 다른 교육을 경험해 보고 싶었거든요. 짧지만. 일단 일정이 빡세지 않아서 좋았고요, 아침 9시에 수업 시작해서 1시에 점심 먹기 전까지 한 두번 쉬고요. 점심 먹고 두시간 쉬어요. 낮잠도 많이 자고요, 일광욕도 하고요. 저글링도 하고 놀고요. 쉬는 시간엔 아무도 앉아서 공부하지 않아요. 세시부터 여섯시쯤 까지 오후 공부하고 저녁먹어요. 저녁엔 같이 기타치고, 탁구도 치고 놀거나 캠프파이어도 하고요. 테드영상도 보고. 휴일엔 계곡에 가서 놀기도 하고요.
공부하는 모습이예요. 주로 이렇게 야외에서 했어요. 스웨덴의 8월은 아주 덥지 않고, 아침저녁엔 추워요. 우리나라 9월 날씨예요.
스웨덴 기후와 농사에 대해서 얘기하면, 스웨덴은 4월부터 9월까지만 농사를 짓고 야외 활동을 해요. 낮이 길고요. 백야는 하지 즈음해서 ‘미드섬머’라고 북유럽 전역에서 페스티벌도 하나봐요. 10월부터 3월 겨울은 무척 길고 밤이 길어요. 그래서 여기는 저장음식이 매우 중요하대요. 그리고 온실도 중요해서 집집마다 하나씩 있고요. 보온이 중요해서 건물 외벽에 온실을 덧붙이기도 해요. 이런 ‘아웃사이드 키친’이나 온실테라스는 겨울에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심리적으로나 여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대요. 또 사우나도 정말 많이 해요. 호수가 정말 많아서 마을마다 거의 호수를 끼고 있는 듯 해요. 넓이는 한반도의 두배, 인구는 천만명을 올해 넘겼대요.
퍼머컬쳐 커리큘럼은 거의 정해져 있다고 들었어요. 퍼머컬쳐의 원리와 윤리를 배우는 게 제일 중요한 부분인 것 같고요. 토양과 기후, 물, 바람, 나무, 버섯과 균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배웠어요. 퍼머컬쳐가 그냥 우리집이나 논밭 스케일 뿐 아니라, 사막이나 척박한 지역에 조림을 하거나 농사기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에도 폭넓게 적용이 되기 때문에, 척박한 경사면에 어떻게 수로를 내면 장기적으로 숲으로 조성할 수 있는지 - 키라인 디자인 - 같은 것도 배워요. 그리고 실습 같은 것도 하는데, 이건 교육하는 현장마다 다르다고 들었어요. 여기선 뜨거운 퇴비 만들기, 양털 펠트, 음식 저장 가공하기, 미니온상 만들기를 했어요.
이 농장에 대해서도 조금 소개하고 싶은데, 독일에서 온 카트린과 보가 11년 전에 이곳에 이주한 귀농인이예요. 100년이 넘은 집들을 조금씩 개조해서 살고 있어요. 에코빌리지를 만들려는 꿈이 있고, 임노동에 덜 의존하는 삶을 사는 게 목표예요. 아이가 다섯이기에 아예 돈을 안 벌 순 없어요. 보는 목수고, 카트린은 파트타임으로 특수학교 가서 일한다. 첨엔 전 농장주처럼 잘 팔리는 농작물을 경작해서 팔다가, 이렇게 해선 우리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싶어서 자급자족으로 틀었어요. 워낙 큰 농지고 손볼 데가 많기에 늘 ‘우퍼(Wwoof 하는 사람들)’들이 많다. 여기선 가급적 에너지를 자급하고 순환해서 써요. 가축과 사람 분뇨로 퇴비를 만들고, 물도 정화시켜서 다시 써요. 보일러는 화목보일러를 주로 쓰고, 태양열로 전기를 써요. 주변 이웃들은 평범한 대농들이 많은데, 조금씩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있어요.
저는 오늘 퍼머컬쳐에 대해서 아주 조금 이야기를 하고요, 궁극적으로 도시에서 퍼머컬쳐를 해 볼 동지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을 유혹해 보겠습니다.
퍼머컬쳐가 뭘까요? 디자인 과학. “생태를 적용한 과학”. Rosemary Morrow “자연 시스템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농업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모색하는 디자인 과학인데, 이를 통해 음식과 물, 보금자리, 그리고 모든 필요한 것을 지속가능하고 재생 가능한 방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Geoff Lawton
퍼머컬쳐는 ‘작은것이 아름답다’와 ‘지푸라기 혁명’이라는 책, 사상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사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하시던 농사나 삶의 방식이랑 다를 게 없어요. 굳이 그걸 학문화 하거나 해외에서 배워올 필요가 있나란 생각도 들지만, 제가 가서 느꼈던 것은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유럽이나 다른 어디에서도 산업화 이전의 예전 삶의 방식은 그러했다는 것. 그리고 어느 곳에서건, 지금 먹거리나 환경, 생태의 문제 등에 직면해서 다시 예전의 지혜를 배우려고 한다는 거. 젊은 사람들이 그런 노력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썰에 의하면 퍼머컬쳐를 창시한 호주의 빌 모리슨이란 학자가, 한국 농촌에서 퍼머컬쳐의 영감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어요. 진짜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퍼머컬쳐 디자인 코스란 건 72시간 동안 퍼머컬쳐의 12가지 원리를 중심으로 디자인 실습까지 하는 등 커리큘럼이 정해져 있고 약간씩 변형은 있겠지만 세계 어디서 열리든 비슷한 내용으로 이뤄지는 것 같아요.
퍼머컬쳐의 윤리는. 땅을 보살피고/ 사람을 보살피고/ 공정하게 분배한다.
특히 흙이 살아야 모든게 산다. 곰팡이, 박테리아, 이런 게 다 들어있는 건강한 땅. 관행농이라고 얘기하듯, 기계로 땅을 다 갈아엎어서 비료를 잔뜩 넣으면 땅 속의 생물이 잘 살지 못하겠지요. 단기간에 소출은 많이 나오겠지만 장기적으로 지력이 고갈하고 마니, 살아있는 땅이라고 할 수 없어요.
퍼머컬쳐의 12가지 원리는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기에, 가르치는 데서도 아주 조금씩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빌 모리슨과 함께 퍼머컬쳐의 양대산맥이라고 하는 데이비드 홈그렌의 퍼머컬쳐 입문서가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으니 참고하실 수 있어요. (퍼머컬쳐:지속가능성을 넘어서는 원리와 경로 책)
제가 배운 것은
Relative location: 한 공간에 있는 두 요소는 서로 상호관계가 있다.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만들어 내는것, 그래서 한 요소의 욕구가 다른 요소의 결과로 충족될 수 있는 것. (똥으로 비료 만들기.) Input & Output
Each elements performs many functions: 디자인 할 때 가능한 한 많은 기능을 하는 요소를 배치한다.
Each function is supported by many elements : 화재 예방은 한 가지가 아닌 여러가지 요소로
Efficient Energy Planning : Zone/ Sector/ Slope: Zone은 내가 얼마나 자주 방문하느냐에 따라서 구분되는데, 존0는 내가 일하는 장소. 존1은 하루에 열번 씩 나가보는 곳. 금방 죽는 것, 자주 돌봐야 하는 것, 화장실, 부엌 등. 존2는 조금 덜 가보는 곳. 하루에 2-3번? 창고나 테라스, 연못, 축사. 존3는 매일 가지 않는 곳. 식량을 대량생산 하는 들판 같은 곳. 존4는 일년에 두번 쯤. 숲이나 목재 조달. 존5는 야생, 여가. 존00 “내 마음 속. 나 자신을 돌보라.”
Use biological resources: 외부에서 들여올 자원을 최소화 한다. 노동력을 줄인다. 애니멀 트랙터. 방풍림. 제초제 대신 해충을 내쫒는 식물.
Energy cycling: 흘러가는 에너지를 잡아서 쓰라. 빗물받이. 가급적 에너지가 직선 대신 지그재그로 흘러가도록 한다.
Small scale intensive systems: 식물을 쌓고, 시간을 쌓고. 긴 계절 수확하는 것, 다품종 생산.
Accelerating succession: 질소고정식물, 1년작 밭은 박테리아가 많지만, 다년작 하는 곳은 건강한 균이 많다. 건강한 균이 지배하도록.
Diversity: 협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생산되도록. 식물 길드.
Edge: 경계를 어떻게 갖고 노느냐에 따라 더 다양한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퍼머컬쳐 자세에 대한 원칙>
문제가 바로 해결책이다.
생산은 이론적으로 제한되지 않다.
자연과 함께 일하지, 자연에 대항해서 일하지 말라.
모든 걸 가드닝 하라.
적은 변화로 큰 효과를 보라.
이런 원칙을 갖고 디자인 하는 법을 배웠어요.
우선 관찰이 중요해요. : 아이같이. 판단하지 말고. 가설을 세워보고. 확증하거나 부인해보고. 얻은 통찰을 가지고. 우리가 이걸 어떻게 쓸 수 있지? 생각해 보는 거예요.
G.A.D.I.E.
Articulate Goals
Analyse & Assess
Design
Implement
Evaluate
그래서 교육 후반부에 팀 디자인을 했어요. 이 농장의 디자인을. 고객 인터뷰를 해서. 디자인 한 후에, 주변 주민들을 모셔서 발표했죠.
이것에서 제가 깨달은 것은.
우선 존과 섹터를 내가 잘못 설정했다는 거예요. 저의 밭은, 1시간 거리이고, 일주일에 한 번 가는데. 거기다가 푸성귀나 토마토 같이 손이 많이 가는 걸 심으니 관리도 안 되고, 자꾸 밭보다는 마트에 가니 자립률이 떨어졌어요. 그러니까 거긴 존3였으니, 그에 맞게 자주 덜 돌봐도 되는 감자나 뿌리채소 같은 걸 심어야 좋을 것 같아요.
대신 집에다간 매일 따다가 바로 요리에 쓸 수 있는 양념류 - 부추, 청양고추, 허브/ 쌈채소 같은 걸 심어야 할 것 같아요.
제일 구하고 싶은 게 존2인데, 토마토나 호박 같은 거 매일 따먹고 돌볼 수도 있는 것. 그건 도보거리로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저희 집 옥상을 쓸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도보거리에 쓸 수 있는 옥상이 있나 요즘 매의 눈으로 찾고 있어요.
그리고 깨달은 것은 저에게도 zone 4가 있었다는 거예요. 이 쌀들은. 받은 것들인데. 가서 한 두번 모내기나 김매기에 참여했거나, 거기 아이들에게 워크숍을 해 주었더니 나중에 받은 거예요. 할머니도 쌀을 보내주시죠. 그래서 쌀을 거의 안 샀어요. 그러고 보니 이 곳들은 저의 zone4나 5였어요.
그리고 가급적 돈을 주고 사지 않고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 집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잘 살펴본 후에 그걸 이용하거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이웃과 돈을 주고받지 않고도 조달 가능하다는 것. 집이 엄청 건조하거든요. 올해는 제일 건조한 데다가 옷을 빨아서 널었어요. 건조하니까 이것저것 참 잘 말라요. 그래서 올 겨울엔 먹고 남은 채소들을 죄다 말려서 차로 쓰거나 필요할 때 꺼내 써요.
양파껍질, 귤 껍질. 무농약 사서 말려서 써요. 지렁이를 잡아다가 흙 넣고 거기에 채소다듬은 껍질 같은 걸 넣어줬더니 정말 잘 분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이렇게 존1은 집에, 존2는 도보거리에, 존3는 텃밭에 두고, 존4는 가끔 가는 완주같은 지역으로 삼아서 디자인을 새롭게 해보려 해요.
도시에서 퍼머컬쳐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시골만큼 하긴 어렵겠죠. 아마 시골서 농사짓는 분이 보면 ‘이게 무슨 소꿉놀이인가’ 하실 지 몰라요. 그리고 저 역시 가끔은 ‘아, 내가 시골에 가고 싶은데 못 가니까 이러고 사는구나.’라는 자괴감도 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하고자 했던 것은 일과 삶의 밸런스를 찾는 거거든요. 그것은 사실 도시에서 하는 게 더 어려울 수 있고, 도시에서 더 절실히 필요한 거예요. 제가 시골에 갈까 도시에 있을까 고민하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농적인 삶을 살거나 아님 도시적인 삶을 사는 게 너무 ‘모 아니면 도’의 선택인 거예요. 도시에서는 자연의 일부로 아예 살 수가 없고, 시골에서는 도시적인 문화적인 것들이 아예 불가능 한 것 같았어요. 왜 중간은 없을까? 그리고 도시에 자연친화적으로 살려고 했을 때 굳이 돈과 시간을 많이 짜내서 주말농장에 가는 방식도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이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좀 더 ‘중간적인 지대’, 도시 사람들도 실현 가능한 다양한 자연적이고 자급하는 삶의 옵션이 있기를 바래요.
또, 시골에 있는 친구들도 도시에 올라와서 여러가지 좋은 자극을 받고 가길 원하거든요. 그들이 더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제가 돕고 싶어요. 저의 존 4가 시골에 있는 친구들인 것 처럼, 시골에 있는 친구들에게 저는 도시에 있는 존4가 되어주고 싶어요. 도시에서 퍼머컬쳐 한다고 그냥 도시에서 만족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언젠간 시골도 갈 수 있고. 시골 사는 사람도 도시에 올 수 있고. 시골 간다고 도시적인 문화생활, 다양한 일자리 등을 다 포기하고 살아야 되는 것도 모 아니면 도이잖아요. 그래서 도시와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더 쉽게 교류하면서 도시와 시골에서도 좋아하는 일과 자연의 삶이 가능한 중간지대를 만드는 게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란 걸 더 뚜렷하게 느꼈고요. 그래서 올해 하반기에는 제가 이사를 가야되는데, 가게 되면 작은 게스트룸을 마련해서 시골 친구들이 올 수 있는 ‘만원 민박’으로 만들어 보려고 해요. 가진 돈은 없고 서울 집값이 비싸서 요새 너무너무 고민되긴 하는데, 뭐 방법이 있겠죠.
그래서 여러분을 꼬시려고 하는 것은 첫째, 이런 도시에서 퍼머컬쳐하기를 시도하는 응원모임을 해 보아도 좋겠어요. 각자 처한 환경에서 퍼머컬쳐 디자인을 해 보고, 그걸 실행하면서 온라인으로 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서로 응원하거나, 한달에 한 번 정도 모여서 공동 작업이나 공부를 해본다든지, 그리고 가끔 서로의 존 4에 데려가 주기도 하고요.
둘째, 저는 은평구 역촌동에 사는데, 도보거리에서 일상 식재료를 재배할 공동의 존2를 구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셋째, 존4 간 교류를 위한 게스트하우스, 만원민박의 공동 운영자나 투자자 하실 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리고요. 집에 남는 방이 있으니 그런 민박이나 플랫폼을 같이 운영해 보자거나. 아님 싼 집을 아니까 소개해 준다든지요.
오늘 모임에 오신 분 중에, 이 제안에 함께 하실 분을 찾으면 좋겠단 야심을 품어봅니다.
- 이날 모임은 이런 훈훈한 분위기였음. 그리고 동지를 구했음. 하하하. (아래 사진은, 다른 분이 태국 이야기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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