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에 출국했으니 거의 한 달이 되었다.
기록하고, 나누고 싶은 게 많아서 적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다녔는데, 어떤 얘기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밀도 있게 한달을 살았다.
시간 순서대로 쓰고 싶지만 그러다간 지금 생각나는 것을 놓칠 것 같아, 일단은 시간 순서에 관계 없이 생각나는 것부터 적어보려고 한다.
나중에 브런치에 좀 더 다듬어서, 시간 순으로 정리해서 올려볼까 한다.
# 유부녀의 자기검열
나의 여행은, 하던 일이 마무리되던 7월 중순부터, 추석 전인 9월 중순까지로 계획했다. (시댁 행사가 그 기간에 있어서 양해를 구했다. 적어도 추석 전까지는 와야 덜 죄송할 것 같아서 추석연휴 전날 돌아오기로 했다. 가능한 날을 꽉 채워서.)
갈 때까지만 해도, 유부녀인 내가 남편을 두고 이렇게 가도 되는 것인가.. 에 대한 대 내외의 검열이 있었으나, 결국 내 인생은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행동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 했다. 내가 한국에 남아서 두 달을 지냈다면, 물론 열심히 살았겠지만, 지금 같이 밀도있는 변화의 시간이진 못했을 것 같다.
애를 낳기 전에 멀리멀리 다녀오자. - 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시작했는데, 다니면서 얘길 들어보니 아이가 생긴다고 해서 여행을 못 갈 것도 아니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 또 다른 재미있는 여행 경험이 되더라는, 에어비엔비 호스트 아니타의 격려에 힘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작가인 오소희 씨는 세살 아이를 데리고 아프리카도 다녀왔는걸. 그러므로 나는, 가능한 한 앞으로 일년에 한 번 정도는 눈과 마음과 머리가 열리는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퍼머컬쳐 디자인 코스동안 먹었던 알흠다운 풀때기 식사
스웨덴에 가서 하고 싶은 게 세가지가 있었다.
스웨덴 남부에 있는 농장에서 열리는 퍼머컬쳐디자인 코스에 참여하는 것이고, 요가와 명상을 하는 공동체 '샴발라 개더링'에서 요가수련을 하는 것이고, 퍼머컬쳐를 하는 농장에서 우프를 하는 것이다.
- 써클퍼머컬쳐 Circle Permaculture : http://www.circlepermaculture.com/ 퍼머컬쳐디자인코스를 운영하는 단체. 설립자이자 강사인 George가 사는 스페인을 중심으로 세계 각 국에서 한 해에 몇 차례 퍼머컬쳐 디자인코스가 운영된다. 조지는 참.. 잘 가르친다. 재미있는 사람이고.
- 샴발라 개더링 Shambala Gatherings : http://www.shambalagatherings.com/ 스톡홀름에서 기차타고 2시간 정도 더 가면 나오는 동네에 있다. 요가와 명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인데, 스웨덴이 춥지 않고 살만 한 5월부터 9월까지만 이 곳에서 지내고 나머지 기간은 발리에 가서 요가하며 지낸다고 한다. 호수를 끼고 있는 알흠다운 마을.
- 카트린과 보의 농장 ekbacka gård : http://www.wwoof.se/host-list/WWOOF-SE-50/ 퍼머컬쳐디자인 코스가 열렸던 농장. 농장주인 카트린과 보는 정말... 대단하고 멋진 농부 아짐과 목수 아저씨다. 앞으로 자세히 쓰겠지만, 여기가 너무 좋아서 다른 우프를 알아보지 않고 여기로 가기로 했다.
며칠 구글링을 해서 찾은 곳들인데,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너무너무 좋은 곳을 잘 찾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훌륭한 선택이었으며, 그것이 운명이었다면 참으로 훌륭한 만남이었다.
몇 해 전, 구글로 찾아갔던 지리산 아랫동네 산내면을 우연히 만나 나의 삶이 변한 것을 보면.. 구글은 참으로 우리의 운명과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가 아닌 듯 했던 풍경의 아비스코
이것을 비롯해서 잠깐 잠깐 있었던 스톡홀름과 예테보리, 그리고 남편과 함께 갔던 스웨덴의 북쪽 아비스코 트래킹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한다.
쓸 얘기거리들을 적어보면..
- 카트린과 보가 생태마을을 만들려고 노력한 10년의 이야기
- 카트린과 보가 있는 마을로 살러 온, 스물다섯 로렌과 몇살인지 모르는 요커 이야기
- 스웨덴 사람들한테 들은 스웨덴 이야기
- 놀라운 자원활동 시스템을 자랑하던 샴발라 개더링
- 유럽에서는 되고, 한국에선 안 된다는 문컵(Moon cup; 생리컵) 이야기
- 퍼머컬쳐에서 배운 것들 ; 퍼머컬쳐 원리, 물 모으기, 버섯기르기, 푸드포레스트 만들기 등 + 펠팅, 음식 저장법, 퇴비만들기
- 아비스코에서 노는 다양한 방법 + 멤버십 카드 있었으면 십만포인트 모았을, 스웨덴 기차 타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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