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배다리마을과 수도국산을 돌아보고 인천의 매력을 발견하고선
중구청 일대의 근대 건물을 다시 천천히 살펴보리라 마음먹었더랬다.
인천 하면 자유공원과 월미도 밖에 몰랐는데,
중구청 앞 '아트플랫폼' 근처의 옛날 건축물도 흥미롭고
신포닭강정, 화평냉면, 차이나타운 자장면, 삼치골목과 밴댕이회 골목 등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니 먹을 데도 많구나.
인천의 게스트하우스 소개 기사를 보고 꼭 와보고 싶었던 상우재에 예약을 하고
어둑해져서 동인천역에 도착했다.
굿모닝 인천, 게스트하우스 소개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flyic&logNo=140172304923
상우재에서 신포시장 가는길
쨍~하고 추운 날씨라 그런지 공기가 더 맑고 야경도 더 선명한 것 같다
닭강정!!!! 한산한 시장통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저 전문적이고 부산한 손놀림을 보라.
최근 닭강정 괴담(온갖 국적 불명의 고기들을 섞는다는;;)을 불식하고, 여기는 뼈 있는 닭튀김을 쓰니 안심이다.
양념통닭보다 훨씬 찐득찐득하고 달콤한 것이 물엿을 많~~이 쓴 것 같고,
청양고추를 통으로 숭숭 썰어넣어 매콤하다.
한마디로, 정말. 맛있다.
신포시장서 길 하나를 건너니
인천의 문화재 중 하나라는 '답동성당'이 있었다.
인천에는 유서깊은 교회와 성당이 많은 것 같다. 아마 개항장이었고, 서양의 종교와 문물이 맨 처음 들어오던 곳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성당 외관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카메라에 잘 담고 싶었지만 어두워서 쉽지 않았다. 친구는 명동성당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다고 했는데, 나도 동감.
눈 만큼 멋진 카메라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음.
다시 중구청 앞 근대문화거리(?)로 나왔다.
상우재 주인 아저씨께서 말씀하신 병뚜껑으로 만든 집 발견.
호프집인데, 멀리서 보니 러시아나 동유럽의 문양 있는 건축물 같지 않나?
이상하게 한국인데. 요코하마나 삿포로 같았다.
근대 건축물과 거리가 남아있어서 그런가?
"한국말이 들리는데, 외국에 온 것 같지?" 우리는 이런 얘기를 하며 걸었다.
숙소가 홍예문 근처에 있어서 걸어올라왔다.
홍예문 위에서 내려다보는 인천의 모습은...
서울의 낙산이나 와룡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시가지 모습 같달까?
강추.
홍예문 위에 예쁜 카페도 많다. 십년 쯤 전에, 대학 동기들이랑 이 곳에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서 반가웠다.
그 때는 여기가 어딘지 모르고 그냥 따라왔는데. 홍예문 위였구나.
홍예문은 일본 사람이, 일본인 거주지와 조선인 거주지를 구분하기 위해 만든 작은 문이란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 닭강정과 맥주를 먹으며
주인 내외분의 '리모델링 스토리'를 들었다.
70년된 오래된 폐가옥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는 주인 내외분.
예삿 집이 아님을 단박에 느끼고, 옛 모습을 망가트리지 않고 복원하는 통에 주인 아저씨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1937년에 지어진 집. 일본인이 살던 집이라 기본 구조는 일본식 양옥인데, 한국 기술자들의 손길을 거쳤기 때문에 천정에는 한국 양옥의 문양이 남아있다.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머물면서 미국 스타일로 바꾸었다고 한다. 벽난로도 넣고, 천정도 높이고.
그래서 이 집은 한국과 일본, 미국의 세 문화권의 근대 건축양식이 남아있다고 하셨다. 구청이랑 건축 교수들이 와 보고서는 근대건축물로 인정해 주었다고 한다. 교수들도 감탄했다고.
업체에 의뢰해서 확 뜯어고칠 수도 있는 건데, 하나하나 고증해서 손수 복원하셨다고 하니 이 집은 정말 운이 좋은 듯. 아니, 이렇게 훌륭한 유산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우리도 감사한 거지.
오래된 집을 고쳐서 멋진 게스트하우스로 만든 지리산 감꽃홍시와 배다리 달이네가 생각났다.
자꾸 이렇게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만나고 인연을 만드는 걸 보면... 나도 게스트 하우스를 할 운명인가 ㅎㅎ
전시회장으로 쓰려고 벽에 조명도 설치하셨다.
실제로 이곳이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전시공간으로도 쓰였다.
일본인 손님에게 이 집의 역사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주인 아저씨.
한국 양옥집 천정의 전형적인 문양. 우리 할머니 댁과 꼭 같다.
사모님께서 만들어주신 허니브레드 토스트!
대문 위에는 귀엽게 나뭇가지로 솟대를 만들어 놓았다.
주인 내외분이 얼마나 이 집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지역 주민이나 손님들에게 집을 개방하면서 즐겁게 살고 계시는지, 그 열기가 다 느껴졌다.
친절하고, 열성적이고, 재미있으신 주인내외분 덕에 즐겁게 머물렀다.
여기에 묵으시려면 http://blog.naver.com/estazcase?Redirect=Log&logNo=80164827417 참조.
가는 길은 http://blog.naver.com/estazcase?Redirect=Log&logNo=80164838856 참조.
그래서 나도... 나도...!! 집을 고쳐서 이곳에 살고파!!!
인근에 참~한 폐가가 있어서, 얼마나 하는지 알아보려 두리번 부동산을 찾았다. 돈도 없으면서 ㅠㅠ
저 집, 사고 싶어요!!
또 몇 백년이 됐다는 관동교회
교회 건물이 단단하고 소박하다.
사진엔 생략했지만, 아트플랫폼 주변을 돌며 근대건축물 전시관도 보고, 미술전시도 보고.
젊은 사람들과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이나타운까지 조금 걸어, 유명하다는 만다복의 백년짜장을 먹으러 갔다.
40분 줄을 서서 ;; 겨우 먹음.
2층에서 유유히 먹는 사람과 1층에서 줄 선 사람의 대비되는 모습.
검은 백년짜장과 흰 백년짜장을 시켰는데, 흰 백년 짜장이 더 맛있었다.
고기를 갈아 누런 춘장에 볶았는데 향도 없고 담백했다.
인천 중구, 중구, 중구.
아파트와 빌라촌에 돌아와서 보니 자꾸 생각난다. 개성있는 집, 열려있는 집.
그런 마을에서 살고프단 생각이 들어 바람났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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