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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알바

[지리산에서 한달] 13. 상추밭 알바, 후기 2012. 9. 1 상추에게 바침 상추여. 영롱한 이슬을 머금은 상추여. 어둑어둑한 새벽길 위를 빨간 장화를 신고 너를 찾아갔노라. 아직 주인이 오지 않은 비닐하우스에서 '나는 성실하니까'라고 흐뭇하게 웃고선 방석을 깔고 앉아 너의 잎새를 매만지기 시작했노라.태풍이 쓸고 간 너는 상추가 아닌 금추 - 한 근에 6천원을 호가한다는 너는 고기보다 귀한 몸. 너를 출하하기 위한 바쁜 주인 농부 부부의 손놀림.. 비바람이 부는 동안 버려졌던 너는 손바닥보다 크고 누렇게 떠버려 상품이 될 수 없는 수많은 잎새를 달고 있었지. 그것은 바로 '전잎' - 나는 너의 전잎을 따내고오늘 저녁 출하 될, 순결한 '상품 가치가 있는 어린잎'만 남기는 임무를 맡았다. "비바람을 견디느라 고생했구나.""조금 흠집이 났다고 버려지.. 더보기
[지리산에서 한달] 12. 상추밭 알바 2012.8.31 폭풍우가 쓸고 지나간 가을. 무지하게 청명하고 눈부시닷.! 궂은 날씨 끝에 맞은 맑은 하늘이 훅 깊어졌다. 태풍 두번에 일주일 내내 비가 와서 산책도 산행도 못하고 내내 집에 들어앉아있었다. 그러니 이런 날 아침에는 식전에 이슬 기운을 느끼며 산길 좀 걸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약수암이란 암자로 향했다. 암자로 가는 길 옆에 논과 밭, 하우스에는 사람들이 뻘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밭이 없었다. 태풍이 지나갔으니 쓰러진 벼며, 찢어진 하우스를 다시 세우는 등 모두가 열심이었다. 나만 빼고. 다들 땀흘리는데 나만 놀러가는 게. 이상했다. 넓은 비닐 하우스 안에서 혼자 일하시는 아주머니(아니다, 언니다. 나와 열 살밖에 차이나지 않으니) 가 있어서 말을 붙였다. "저기요, 혹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