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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지리산에서 한달] 7. 네, 용기를 얻는 공부 하고 있습니다. 2012. 8. 19 아침에 일어나 차 한잔 마시고, 쥔장 언니가 '기분좋은 산길'이라고 이름붙인 언덕길을 따라 실상사에 갔다. 아침에 조용히 산책을 할 겸, 또 일요일이니 법문도 들을까 했다. 마을 사잇길로 조금만 올라가니, 산이 마을을 품은 모양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법문을 듣고 집에 오니 쥔장 언니가 마당에 이불을 널고 있었다. 단체손님이 떠나 한꺼번에 방을 치우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고했다. 단체손님들이 냉장고에 남은 음식을 잔뜩 남겨놓고 갔다. 쌀, 봉지카레, 원두커피 티백.. 가장 반가운 건 집에서 담근 것 같은 김장김치와 파김치 한 봉다리씩. 며칠 전에 묵었던 손님은 귀한 천도복숭아를 한봉다리 깨끗이 씻어 야채칸에 놓아두고 가셨다. 뒷 사람 먹으라는 마음씀이 고마워 감사히 받았다. 이틀째 .. 더보기
[지리산스테이] 3. 산책 2012.08.14 낚시를 좋아하는 40대 중반 남 L씨. 연상의 아내 K씨, 그들의 외동딸 C양. L씨가 끓여 낸 핸드드립을 마셨다. 여행다닐 때 옷가지를 하나 더 빼도, 좋아하는 커피 드립기는 챙긴다는 애호가 L씨. 엄마가 만든 샌드위치는 아이가 좋아하는 블루베리 잼을 바른 식빵에 계란과 토마토, 상추를 넣어 만든 유사 군대리아 표 맛이 기막혔다. 덕분에 커피와 샌드위치로 아침을 근사하게 시작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이렇게 하루 반나절도 채 만나지 않은 사람들과 상을 함께 할 날도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마을길을 걷다 걷기 좋은 길을 상세하게 그렸다. 휴가를 지리산 근처에서 보내기 위해 혼자 내려와 구례에서 1박, 이곳에서 1박했다는 31세 J양과 함께 '기분좋은 언덕길'을 따라 실상사로 .. 더보기
[지리산스테이] 1. 첫인상 2012.08.12 YJ에게 멍하게 있다간 엉뚱한 데서 내려서 헤맬 뻔 했어요. 종점인 백무동에서 내린 다음에, 다시 버스를 갈아 타야 하는 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느낌이 왔어요. '이 근처같다.' 그래서 아저씨께 여쭤봤더니, 역시 이 버스는 곧 실상사에서 내려줄 거라네요. 그리고 여기가 바로 실상사 앞이라고. 와우. 난생 처음 와 본 동네인데도 단박에 '여기 참 좋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큰 절 앞이면 으레 관광차 수십대는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있잖아요. 또 나무주걱이랑 염주를 파는 기념품점이나, 산채비빔밥이랑 막걸리 파는 음식점이 줄지어 있곤 하잖아요. 근데 여긴 음식점과 관광용품점은 딱 하나씩 있었고, 작은 매표소 옆에 실상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친환경용품점이 있었어요. 신선했어요. 입구가 소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