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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시절기록

임산부 홈트라는 신세계

임산부 홈트 영상을 올리는 유투버들께 스페셜 땡스를 날리며 이 글을 쓴다. 임신 29주차인 나는 매일 아침마다 그녀들을 의지하여 무겁고 쑤시는 몸뚱아리를 편다. 

나는 임신 전에도 일주일에 두 세번은 요가나 리햅(재활운동, 우리 동네에 있는 살림의료생협에서 운영하는 건강센터 프로그램)같은 운동을 꾸준히 해오긴 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유연하다거나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고, 그냥 서른 즈음부터 건강이 급 안좋아지는 걸 느끼고 살기 위해 최소한의 운동을 해 온 정도다.

임신을 하고 나서 몸의 변화가 시시각각 느껴진다. 흔히들 임신 초기(~16주 까지), 중기(~27주 까지), 후기(28주부터 산달까지)로 임신 시기를 나누는데 초기, 중기, 후기 각각 나름의 신체적 고통이 있다. 

임신 초기에 속이 울렁거린다든지, 소화가 안된다든지, 머리가 아프던지, 호르몬의 변화처럼 외부 골격보다는 내부 장기의 변화 같은 것들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컨디션이 호조되는 임신 중기(이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임신기간 내내 입덧이 있거나, 안정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기 어려운 산모들도 있다)부터는 근육과 뼈 관절 등에 바로 반응이 왔다. 지금까지 내가 겪는 3중 고통은 꼬리뼈 통증, 갈비뼈 통증, 다리붓기다. 

  • 맨 처음 침습한 고통은 꼬리뼈 통증. 배가 무거워지면서 오래 앉아있거나 서 있으면 당장 꼬리뼈가 내려앉을 듯이 쑤시고 아팠다. 중기 땐 책상 앞에 앉아서 보고서 마감을 쳐야 하는 때가 있었든데, 대여섯시간 앉아있을 땐 몰랐는데 일어나니까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 갈비뼈는 배가 무거워서 옆으로 자다보니 자는 내내 어깨와 갈비뼈가 눌려서 아프다. (특히 뱃속 아기에게 영양 순환이 잘 된다는 왼쪽으로 누워자라고 해서 왼쪽으로만 줄창 자니까 왼쪽이 더 아프다. 여러 책에서 권하듯 베개를 여러개 사용하거나 바디필로우를 써서 몸을 받치고 자면 훨씬 편하다.) 
  • 그리고 다리붓기. 걷거나 서있는 시간이 많은 날이면 어김없이 저녁에 다리가 붓고 저려서 밤에 잠도 안 올 정도였다. 병원에서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하면 부기를 완화해 줄 수 있다고 해서 사서 신었는데, 오! 이것은 정말 효과가 있었다. 특히 임산부에게는 의료용 압밥스타킹 한개를 건강보험 지원받아서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하니 다리 붓는 임산부면 착용해봄직 하다. (원래 4-5만원인 것 같은데, 1만원 쯤에 샀다. 대신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처방받아야 보험 처리 된다.) 

이런 통증을 좀 완화해보고자 임산부 스트레칭이나 요가를 유투브에서 검색해보게 됐다. 그러다가 임산부 홈트라는 신세계를 만났다. 

유투브에는 임산부가 따라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 뿐 아니라 요가, 필라테스, 근력운동이나 유산소운동 등 다양한 동영상이 있다. 게대가 홈트 샘들이 대부분 스스로 임산부이고, 자기 임신 주수에 따라 거기에 맞는 운동을 하기 때문에 임산부 입장에서 그 시기에 무엇이 힘들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알려주신다. 따라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나만큼 배가 나온 홈트 강사님들을 보면서 괜히 더 믿음직스럽고 동료인 양 의지도 된다. 

게다가 나같이 임신 관련한 정보를 굳이 찾아보지 않는 사람(출산 육아 카페를 멀리하는 성격의 사람;)에겐 어디서 듣기 어려운 임신 중 건강 상식들도 얻을 수 있다. 

사람마다 자기한테 좀 더 맞는 운동 스타일이 있을텐데, 나는 정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요가나 스트레칭 위주로 따라한다. 물론 임신 중 할 수 있는 운동은 다양하다. 중기부터는 수영도 권장되고, 자기가 평소에 하던 운동이 있으면 강도를 조절해서 적절히 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책이나 의사선생님들이 누누이 강조하듯이, 임산부 저마다의 건강과 임신 상태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운동 강도나 내용은 다르니무리해서 따라하지 말아야 하고, 자기 상태를 잘 알고 해야하는 것 같다. 임신 중기때에도 절대 안정이 필요하므로 누워있어야 하는 임산부도 있다. 내 경우 전치태반이라서 출혈이 생기면 바로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지라, 의사선생님이 중력을 쓰는 운동을 삼가고 앉아서 하는 요가나 스트레칭정도는 괜찮다고 하셨다. (궁금하면 "저는 어떤 운동을 해도 되나요?"라고 진료 중에 물어보자.

샘들에 따라 영상 스타일이 다양한데, 나는 개인적으로 임산부인 나보다 아기에 집중하거나 출산 연습에 집중하는 유투브보다는(너무 '모성'이나 '아가' 강조하는 영상은 내겐 조금 음... 오글오글했다.) 당장 나의 통증을 줄이고 활력을 주기 위한 운동 스타일이 맞았다.

유투브에 여러 영상들을 전전하다가 내가 정착한 영상 몇 가지를 소개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내 취향일 뿐이다.)

요가st. 

1. 모나요가

난이도는 요가 안 해본 사람도 따라할 수 있는 정도다. 

무엇보다 샘 목소리가 차분하고 좋다. 그냥 듣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하.. 별로 힘든 동작이 아닌데도 "참 잘했어요."라고 하시니 진짜 내가 잘 한 것 같다. 

다른 홈트보다 모성을 좀 강조하는 스타일이긴 해서(예를 들어, '아가 태명을 불러줍시다') 처음엔 조금 오글거렸지만 요즘은 그냥 따라한다. (태동 있은 후에는 아기가 뱃속에 실재하는 느낌이 들어서 대화하는 게 좀 덜 부끄럽다.)

앉아서 하는 요가 같은 것은 요가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급'이라고 쓰여진 것은 빡세니까 그건 요가 좀 해 본 사람이 하는 게 좋겠다. 

출산 하신 후엔 산후요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잘 지내시나보다. 

출처: 모나요가 유투브 채널


2. 에바요가

임신 전부터 따라하던 에바요가. 빈야사를 중심으로 아쉬탕가 등 여러가지 요가를 가르쳐주신다. 나의 느낌엔 일반 스트레칭이나 데일리요가보다 빡세고 전문적이다. 

임산부 요가도 6회 정도 올리셨는데, 이것도 다른 임산부 요가보다 강도가 세다. (하지만 샘은 되게 쉬운 강도라고 하신다. ㅜㅜ) 기분전환을 위한 요가 따라하고 나서 다리가 덜덜거렸는데 정말 땀이 쏙 빠지는게 기분이 전환된다... 다른 운동하다가 좀 심심하다 싶으면 가끔 한다. 

업로드 되는 다른 요가들을 보면서 출산하고 회복해서 얼른 따라하고 싶다는 맘이 샘솟는다.  

유투브 채널 가기

출처: 에바요가 유투브

피트니스st. 

Shine Kim fitness

유투브 채널 가기

임신 초기, 중기, 후기에 맞는 10분짜리 근력+유산소 운동이다. 정적인 요가보다는 활기찬 운동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맞을 것 같다. 팔굽혀펴기, 스쿼트, 런지 이런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강도는 좀 있는 편이다. 중급 땐 정말 따라하기 힘들었는데, 후기에 오니 다행히 강도가 완화됐다. 이 샘도 자신의 임신 진행 주수에 따라서 운동을 올렸다. 산후조리원에서 떼로 하는 스트레칭 영상도 있어서 재밌었다. 그런데 요즘 안 올리시는 걸 보니 아이 키우느라 바쁘신가 걱정도 된다. (이 무슨 동료애람)

특히 이 운동의 미덕은 매일의 운동을 워밍업(10분) - 본 운동(10분) - 마무리 스트레칭(10분)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거다. 이 구성만 따라해도 땀이 조금 나고 운동했다 싶은 괜찮은 구성이 된다. 

특히 워밍업 동작은 많이 힘들지도 않은데 적당히 체온이 올라가고 숨이 차는 정도라서, 기분이 울적할 때 이거 따라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화이팅이 넘치는 샘의 목소리랑 BGM도 기분을 업 시키는 데 일조한다. 우울하고 처지는 날에는 걍 이거 틀어놓고 따라한다. 

출처: 샤인킴 피트니스 유투브


필라테스st. 

요가테라스


요즘 내가 즐겁게 따라하는 영상이다. 최근에 업로드 하고 계신다. 나보다 한 두 주 정도 앞선 듯 해서, 업로드 영상마다 늘어가는 주수에 동지애를 느끼기도 한다. 

필라테스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이 결합되어 있다. 따라하기 어렵지 않지만 강도가 꽤 있는 영상들도 있다. '임산부 힐링 프로젝트'는 스트레칭 위주로 강도가 약하고, '날씬한 임산부 프로젝트' 편들은 필라테스라 강도가 좀 있다. 쌤이 임신 후기에 찍은 거니까 나도 따라해도 되겠지 싶어서 맘 놓고 따라한다.  

이 샘도 목소리가 좋으셔서 따라하면 기분이 상쾌하다. 


덧붙이자면

여기에 소개한 영상들은 운동 안 하던 분들도 자기한테 만만해 보이는 것들을 골라서 시작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대부분 '운동 전 유의사항' 같은 동영상도 같이 업로드 해 놓으셨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보고나서 운동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 샘들은 공통적으로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나는 임신 초기(15주까지) 거의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이 영상들에 보면 초기에도 할 수 있는 영상들이 몇 개 있다. 대체로 임신 초기에는 유산 염려가 있기 때문에 운동을 권하지 않는 걸로 안다. 예전에 요가 샘이 임신 초기에는 비틀기동작 같은 걸 피하면 좋다고 하셨는데, 그런 위험한 동작 빼면 할 수 있는건가? 그러나 나는 잘 모르겠다. 뭐든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은 듯. 

준비물은 크게 필요하지 않은데, 공통적으로 운동복/ 요가매트/ 1kg정도 덤벨 2개(또는 500ml생수병으로 대체가능)/ 스트랩(없으면 수건, 안 쓰는 넥타이가 있으면 짱이다)/ 요가블럭(없으면 두꺼운 책) 정도다. 이런 것들 중 하나도 없어도 그냥 따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요가매트랑 운동복은 있으면 좋다는 생각이다. 일단 요가매트를 펴 놓으면 운동하고 싶은 맛이 나고, 맘에 드는 운동복(내 경우에는 딱 붙는 요가바지)을 입으면 뭔가 '운동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괜히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냥 잠옷이나 츄리닝 입은 것보다는 자세와 의욕이 달라진달까. (임부복 사이트에 보면 딱 붙으면서도 편안한 운동바지도 판다) 운동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